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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나시우둑(Nasi Uduk) - 인도네시아 길거리 음식

by teedumdum 2023. 2. 12.

어둑어둑한 새벽녘 출근길.

마을 어귀를 돌아 시장입구에 다다르자 허름한 초록색 오토바이에 연결된 포장마차가 보인다.

벗어 놓은 안경을 쓰고 유심히 보니, 두서넛이 둘러서서 음식을 포장해 간다.

맞다. Nasi Uduk!

'이 시골장터 입구에도 나시우둑 포장마차가 있구나'

 

작년부터 오지 외딴 시골마을에 근무하면서 아침꺼리가 매일 골칫거리가 되었다.

달걀 후라이에 식빵구워 먹는 것, 우유에 후레이크 잔뜩 넣어 마시는 것.

왠만한 부지런함으로 아침밥 제대로 먹기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려워져 간다.

 

중국계 남편과 나시우둑을 파는 젊은 로컬 아주머니

남편인 중국계 청년과 질밥을 쓴 젊은 아주머니가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한다.

주문도 하지 않고 음식 준비하는 모습과 낡은 오토바이를 이리저리 찬찬히 살펴보는 나를 중국계 청년은 못 마땅한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본다.

"Motor ini keren di mata saya. Sengaja dikasih warna hijau biar kelihatan antik?"

(이 오토바이 내 눈에는 멋진데. 골동품처럼 보일려고 일부러 초록색으로 칠한거지?)

그제서야 그 중국청년은 말없이 눈웃음을 보인다.

 

밥과 반찬을 섞어 종이 포장지로 둘둘 말아 파는 1봉지 가격이 Rp. 10,000.

시골이라 저렴하다.

딱 봐도 적은 양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Rp. 15,000 짜리로 다시 포장해 달라고 주문하니 금새 쓱싹쓱싹 두 봉지를 만들어 준다. 하나는 저만치서 나를 지켜보는 운전수 아저씨를 위해...

 

나시우둑(Nasi Uduk)과 나시르막(Nasi Lemak) 

2000년대 전후로 자카르타에 살면서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 중 하나 Nasi Uduk.

그 후 쿠알라룸프르로 직장을 옮기면서 집사람과 주말 아침 산책 끝낸 후 항상 먹었던 Nasi Lemak.

 

인도네시아에서 나시우둑 또는 나시구리라 불리는 음식이 말레이시아 또는 싱가폴에서는 나시르막으로 불린다.

두 음식 모두 코코넛 밀크와 판단 잎을 넣어 고소하게 쪄낸 밥 위에 땅콩섞인 삼발소스와 튀긴 멸치를 언저 토막 닭고기 또는 생선과 같이 먹는 비슷한 음식이자만, 고소한 밥 향을 내는 부재료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요리 연구회에서 발간한 서적 "다양한 맛과 이야기 Betawi 요리"에 Nasi Uduk에서 Uduk이라는 단어의 어원적 의미는 Susah(힘든, 곤란한)로 적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나시우둑을 농장인부, 막노동자, 그리고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어디서든 간소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나시파당과 함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무심코 별 생각없이 먹어왔던 음식에 귀천을 가르는 마음아린 의미가 숨겨져 있다.

 

요즘 세상에 굳이 경제적 수익을 따져 힘든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음식을 가려가며 먹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적당한 가격, 좋은 재료, 정갈한 맛에 사장님의 상냥함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음식으로 여겨진다.

 

 

오지 마을 아낙과 결혼한 중국인 청년, 박물관에 있을 법한 초록색 오토바이, 그에 연결된 작은 포장마차, 새벽녘 젊은 부부가 다정스럽게 파는 음식, 서민들이 먹어왔다는 음식...

 

급하게 아침 한끼 때운다는 느낌보다, 감동 잔잔한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어가는 느낌이었다. 먹는 내내...